소가죽 구두
김미연
맨발로 걷던 소
평생 짐을 싣고 살더니
이제는 사람을 싣고 간다
누군가의 신발이 되어
발을 끌고 멀리 가야 한다
바닥보다 더 질겨야 하는 삶
굽이 닳아도 갈아 끼우고
구멍이 날 때까지 걸어야 한다
소처럼 일만하는 사내도 한 마리 소
낡고 해지면 어디쯤에서 버려질
소와 사람이 함께 걸어간다
그 발자국에 울음소리가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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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2019-겨울호 <신작시> 에서
* 김미연/ 2010년『시문학』으로 시 부문 & 2015년 『월간문학』으로 평론 부문 & 2018년『월간문학』에 시조 부문 당선, 시집『절반의 목요일』, 평론집『이미지와 서정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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