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에 관해
허연
중심을 잃는다는 것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회전목마가
꿈과 꿈이 아닌 것을 모두 싣고
진공으로 사라진다는 것
중심이 날 떠날 수도 있다는 것
살면서
가장 막막한 일이다
어지러운 병에 걸리고서야
중심이 뭔지 알았다
중심이 흔들리니
시도 혼도 다 흔들리고
새벽에 일어나
냉장고까지 가는 것도 어렵다
그동안 내게도 중심이 있어서.
시소처럼 살았지만
튕겨 나가지 않았었구나
중심을 무시했었다.
귀하지 않고 거추장스러웠다
중심이 없어야 한없이 날아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 알겠다
중심이 있어
날아오르고, 흐르고, 떠날 수 있었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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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2019-겨울호 <신작시> 에서
* 허연/ 1991년『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내가 원하는 천사』『오십미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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