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돌담 쌓기/ 박찬선

검지 정숙자 2020. 2. 1. 02:33



     돌담 쌓기


    박찬선



  쌓는 높이만큼 무너지고 있었다.

  브레진스키가 만리장성을 보았다는 날

  나는 저마다 멋대로 생긴 돌로 돌담을 쌓았다.

  판에 박은 벽돌처럼 일정한 것이면

  쉽게 쌓을 수도 있는 일인데

  좀처럼 그렇게 되어지질 않았다.

  모가 나고 벙거지고 납작 넙적하고 동실한가 하면

  크고 작은 것이어서 어렵기만 했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한 이것들이

  아래위와 좌우로 용케 맞아떨어져서

  제 모습을 지니면서도 맞아떨어져서

  한 계단 한 계단 높아지고 있음은

  담이 높을수록 나는 발돋움을 해야 하고

  목을 빼면서 하늘을 보아야 하고

  이만큼 물러서서 산을 보아야 했다.

  논두렁에 핀 허연 망초꽃도 보이지 않고

  청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는 자꾸만 이런 것들과 결별을 하고

  콩죽 같은 땀을 흘리며

  나를 가두고 있었다.

  공화국의 백성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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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0-1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대표작> 에서

   * 박찬선/ 경북 상주 출생, 197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돌담 쌓기』『우리도 사람입니다』등, 평론집『환상의 현실적 탐구』, 시극『때가 되면 다 된다』, 설화집『상주이야기 1, 2』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