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기
위선환
한 끝에는 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 다른 한 끝에는 한 사람이 서 있는 선분이 지평에 얹혀 있다
나무 한 그루에는 열 잎의 잎이 달렸고 한 사람은 열 잎의 잎이 달린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고
사람과 나무의 사이에 한 잎씩 잎이 떨어지고 바라보는 한 사람은 떨어지는 한 잎씩을 헤아리고
열 잎의 잎이 마저 떨어지고 난 다음에는 한 잎도 없는 나무 한 그루가 선분의 한 끝에 서 있고
나뭇잎 없는 나무 한 그루를 마저 헤아린 한 사람은 선분의 다른 끝에서 내려서며 지평의 한쪽을
디디고, 순간에, 한쪽으로, 지평이 기울면서 지평 너머에서 기우는 하루의 기울기가 넘겨다보이고
저무는 하루의 기울기 너머에서 지는 해가 빛나면서 멀리 걸어가는 사람의 기운 어깨를 비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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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아돌하』 2019-겨울호 <신작시> 에서
* 위선환/ 전남 장흥 출생, 2001년『현대시』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새떼를 베끼다』『시작하는 빛』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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