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눈길/ 양문규

검지 정숙자 2020. 1. 3. 01:06

 

 

    눈길

 

    양문규

 

 

  눈 오는 날

  바람이 몹시 차가웠습니다

 

  눈길을 지나온 신발이

  꽁꽁 얼어붙어서

 

  신발 벗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신발 속에 갇힌 두 발이

  쓰리고 아픈 것이

 

  눈 때문도

  바람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아픈 엄니 걸어온 길이

  함께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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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2019-겨울호 <신작시> 에서

  * 양문규/ 충북 영동 출생, 1989년『한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식량주의자』『여여하였다』등, 산문집『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무도 큰 당신』, 평론집『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