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접속/ 육호수

검지 정숙자 2020. 1. 3. 23:50

 

    접속

 

    육호수

 

 

  언젠가 거듭 작별하는 꿈에서 너는

  내 손 위에 검은 돌멩이를 쥐여 주며 말했지

 

  "새를 잘 부탁해. 죽었지만"

 

  오늘은 문 앞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보았어

 

  죽은 새의 눈꺼풀 위에

  개미의 더듬이가 가 닿는 순간에

  잊었던 꿈으로 가까스로 깨어나 쓴다

 

  꿈에 데려가 꿈에 묻어주었어

  잊지 않게 검은 돌 하나를 올려두었어

 

  언젠가 네가 지나가게 된다면

  분명 알아볼 수 있을 거야

 

  나, 아직 시 써

 

  손등에 난 검은 점을 쪼는 병아리가 되어

  손바닥에 박혀 점이 된 연필심이 되어

 

  "나중에 네가 정말 슬퍼지면

  이 시를 읽어줄게"

  등 돌려 무언갈 쓰며 너는 말했지

 

  나 이제 그 시 안 궁금해

  꿈에 데려가 꿈에서 읽어줘

 

  도로에 거꾸로 누운 매미

  천천히 허공을 헤집는 팔다리를 지켜보다 보면

  마지막 순간

  너와 나의 감은 눈에

  비쳐올 장면이 궁금해

 

  날개 잡힌 잠자리

  부르르

  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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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2019-겨울호 <시로여는세상의 시인들> 에서

  * 육호수/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