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육호수
언젠가 거듭 작별하는 꿈에서 너는
내 손 위에 검은 돌멩이를 쥐여 주며 말했지
"새를 잘 부탁해. 죽었지만"
오늘은 문 앞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보았어
죽은 새의 눈꺼풀 위에
개미의 더듬이가 가 닿는 순간에
잊었던 꿈으로 가까스로 깨어나 쓴다
꿈에 데려가 꿈에 묻어주었어
잊지 않게 검은 돌 하나를 올려두었어
언젠가 네가 지나가게 된다면
분명 알아볼 수 있을 거야
나, 아직 시 써
손등에 난 검은 점을 쪼는 병아리가 되어
손바닥에 박혀 점이 된 연필심이 되어
"나중에 네가 정말 슬퍼지면
이 시를 읽어줄게"
등 돌려 무언갈 쓰며 너는 말했지
나 이제 그 시 안 궁금해
꿈에 데려가 꿈에서 읽어줘
도로에 거꾸로 누운 매미
천천히 허공을 헤집는 팔다리를 지켜보다 보면
마지막 순간
너와 나의 감은 눈에
비쳐올 장면이 궁금해
날개 잡힌 잠자리
부르르
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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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여는세상』2019-겨울호 <시로여는세상의 시인들> 에서
* 육호수/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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