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물음표/ 최진영

검지 정숙자 2019. 12. 31. 14:19

 

    물음표

 

    최진영

 

 

  사과나무 한 그루가 비껴가는 시간을 굽고 있다

 

  폭염과 갈증을 은유로 치환하며

  황금빛 가지 끝에 도달한 작은 우주

 

  덜 익은 우주의 가슴에 귀 기울여 보는데

  휘청, 목이 꺾인다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물음에 답하며

  틈입하기를 고집했을까

  달리의 그림처럼

  나무는 수많은 물음표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이다

 

  어둠을 서성이는 물고기자리의

  충혈된 상처가

  또 다른 물음으로 시작되는 밤

 

  나는 당신의 별자리에

  어떤 기호로 각인 되려나

 

  밤을 베어 물고 가는 초침 소리와

  천 가닥의 물음에 잠에서 뛰쳐나온 세포들

 

  기다림을 삼킨 심장 속으로

  참방참방 스며드는  아직은

  풋 사과의 떫은 맛

    -전문-

 

 

   * 신인 추천 : 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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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19-겨울호 <신인 추천> 에서

  * 최진영(본명 최숙자)/ 1962년 서울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