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먼 산/ 김영산

검지 정숙자 2019. 12. 11. 02:47

 

 

    먼 산

 

    김영산

 

 

  나는 너무 먼 산을 바라보며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며 시 한 구절 얻어

  볼펜 대신 다시 연필로 시를 쓰기 시작한다

  시는 언제나 먼 산    내 발끝에서부터 산들은 무너진다

  시의 먼 산은 뉴스보다 많다

  보수 언론 아홉 시 뉴스에 내 시가 나온 것에 대해

  변명을 하며 미디어 시대의 시는 아프다.

  아프다고 외칠 곳도 없는데

  미디어 오늘에 반박 기사가 나가도

  조용히, 조용히, 조용하라고 시는 입을 다문다

  시는 침묵이 죽어가나 보다

  늙은 아버지가 병원에서 신음하던

  임종의 병상에서 조금 젊은 내가 안타까이 바라본

  먼 산    먼 산은 멀지 않은 묘지였다

  내가 만난 먼 산 같은 여자 중에

  온도만 올라가면 머리가 아프다고, 아프다고

  머리 혈관을 매만지는

  그곳이 네 묘혈,

  먼 산에 시의 묘혈

  누군가 살다 버린 쓸쓸한 산막 한 채

  시의 앙상한 가지에 도드라진 붉은 열매의 혈관

  먼 산 뒤를 궁금해한 시의 죄

  먼 산의 시,

  나는 너무 먼 산을 바라보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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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2019-겨울호 <시에 시>에서

   * 김영산/ 전남 나주 출생, 1990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冬至』『게임광』『하연 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