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9회 시와표현작품상_자선근작시> 中
달 한 캔 외 1편
윤성택
달의 뚜껑을 따면 거품처럼 달빛은 내게 넘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밤은 편의점처럼 믿음이 간다
네 개를 담아 만 원이니,
만월도 내게서 네 개의 생각을 주섬주섬 고른다
그렇게 24시간 그 환한 확신이
나를 불러 세운 적이 많다
그러나 계산대에서 엎드려 졸고 있는
쓸쓸은 얼마나 지난한가
나는 검은 비닐봉투처럼
축축한 그 하나를 꺼내놓는다
자, 이제 나를 따,
마시고 저물렴
손아귀로 캔을 구겨 놓는 건 잊지 않기 위해서다
다시 손이 간다면 그건 미련이다
달은 지금 그런 나를 따놓고
홀짝홀짝 들이키는 것이다
-전문, 『문학과사람』2019-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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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린 별
별은 새까만 밤을 나사로 뚫은 끝이야
내내 살 속에 파고든 쇠의 이물감이
나의 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몸이 마취되고 정신이 마지막 남아, 윙윙
내 것인 뼈가 닳아 뚫리고 있다고 느낄 때
고통이 빠진 그 감정이
나를 너무나 무심했다고 여길 때
몸이 죽으면 정신이 그리 느낄까
나라고 여겼던 것이 낯선 타인에게서 느낄 때
밤도 내 피부였겠구나
나는 나사를 기념하고
나사는 어느 겨울산을 기념할 터인데
쩔뚝이며 걸었던 길은 어쩌다 나를 기념해
누군가의 빙판이 될까 싶어서
아팠던 것보다 나사가
내게와 견뎠던 날들이 더 아름답다고 여긴 건
나를 처음으로 뚫고 들어왔던 것이니까
한때 내게 머물다간 나사야
나를 기어이 견디어간 나사야
오늘밤, 덜 조여졌구나
별이 왜 이리 내게 떨어지는 것이냐
-전문, 『한국문학』2019-하반기호
* 심사위원: 최문자 김종태 박해람 이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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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9년 11-12월호 <특집 제9회 시와표현 작품상>에서
* 윤성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리트머스』『감感에 대한 사담들』, 산문집『그 사람 건너기』, 운문집『마음을 건네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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