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달 한 캔 외 1편/ 윤성택

검지 정숙자 2019. 11. 30. 15:19

 

 

<2019, 제9회 시와표현작품상_자선근작시> 中 

 

  달 한 캔 외 1편

 

  윤성택

 

 

달의 뚜껑을 따면 거품처럼 달빛은 내게 넘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밤은 편의점처럼 믿음이 간다

 

네 개를 담아 만 원이니,

만월도 내게서 네 개의 생각을 주섬주섬 고른다

 

그렇게 24시간 그 환한 확신이

나를 불러 세운 적이 많다

 

그러나 계산대에서 엎드려 졸고 있는

쓸쓸은 얼마나 지난한가

 

나는 검은 비닐봉투처럼

축축한 그 하나를 꺼내놓는다

 

자, 이제 나를 따,

마시고 저물렴

 

손아귀로 캔을 구겨 놓는 건 잊지 않기 위해서다

다시 손이 간다면 그건 미련이다

 

달은 지금 그런 나를 따놓고

홀짝홀짝 들이키는 것이다

 -전문, 『문학과사람』2019-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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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뚫린 별

 

 

별은 새까만 밤을 나사로 뚫은 끝이야

 

내내 살 속에 파고든 쇠의 이물감이

나의 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몸이 마취되고 정신이 마지막 남아, 윙윙

내 것인 뼈가 닳아 뚫리고 있다고 느낄 때

 

고통이 빠진 그 감정이

나를 너무나 무심했다고 여길 때

 

몸이 죽으면 정신이 그리 느낄까

나라고 여겼던 것이 낯선 타인에게서 느낄 때

밤도 내 피부였겠구나

 

나는 나사를 기념하고

나사는 어느 겨울산을 기념할 터인데

 

쩔뚝이며 걸었던 길은 어쩌다 나를 기념해

누군가의 빙판이 될까 싶어서

 

아팠던 것보다 나사가

내게와 견뎠던 날들이 더 아름답다고 여긴 건

나를 처음으로 뚫고 들어왔던 것이니까

 

한때 내게 머물다간 나사야

나를 기어이 견디어간 나사야

 

오늘밤, 덜 조여졌구나

별이 왜 이리 내게 떨어지는 것이냐

  -전문, 『한국문학』2019-하반기호

 

 

  * 심사위원: 최문자  김종태  박해람  이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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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9년 11-12월호 <특집 제9회 시와표현 작품상>에서

 * 윤성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리트머스』『감에 대한 사담들』, 산문집『그 사람 건너기』, 운문집『마음을 건네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