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접선(接線)/ 강선주

검지 정숙자 2019. 12. 2. 00:14

 

 

<2019, 특집 제9회 「시와표현 신인상」수상작> 中

 

  접선接線

 

  강선주

 

 

반듯하고 질이 좋은

접선 한 다발 사와야겠어

그것들은 평평하고 얇은 평지나

푸른 수면에서 감아올릴 수 있을지 몰라

갓 면허를 딴 건축사나

측량사들을 졸라

일정량을 얻어 올 수도 있겠지

혹시 몰라

우리들이 낭비한

칼 주름들, 약국 옆 미닫이문이 뻑뻑한 세탁소에서

쓰고 남은 칼 주름이 아니어도

칙칙 증기를 뿜으며 다리미 속에서

뿜어져 나올 수도 있겠지

다만, 명확과 순차를 갖고 싶은 거야

무수한 네모들이 부속인

종이비행기와 바람개비를 갖고 싶은 거야

아득한 실선의 수평선을 왼쪽으로 접을 것이야

목마르지 않는 사막이나 척박한 달에 던져주면

지평선이 일렁거리고 분화구에선 

무럭무럭 연기가 피어오르겠지

실선들과 직선들은 언제나

접선 될 것이니까

  -전문-

 

 

* 심사위원: 최문자  김종태  박해람  이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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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9년 11-12월호 <특집 제9회_ 시와표현 신인상>에서

* 강선주/ 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이수, <글향> <미래시학>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