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3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자/ 자선 대표작> 中
어락도魚樂圖
강영은
기다란 물풀 헤치며 새우 한 마리 도망가네
물고기 두 마리 쏜살같이 쫓아가네
눈을 부릅뜬 한 마리는 주둥이를 벌리고 한 마리는 턱이 부풀어 주고받는 물결이 필사적이네
무어라 말하는 걸까,
눈으로 그물 던지며 당신이 묻네
'그건 물고기의 즐거움이야'
새우와 불고기를 함께 기르는 물의 감정으로 대답했지만 물고기의 즐거움은 새우보다 더 빨리 새우의 근심을 쫓아가는 일
심연에 숨겨놓은 새의 날개로 구만리 하늘을 덮는 일이겠지만
그 새는 살고있는 북쪽 바다를 벗어나 머나먼 남쪽 바다로 날아가려 할 뿐 날개가 깃든 아득하고 깊은 물 속은 보여주지 않네
목을 젖혀 물고기가 헤엄치는 구름을 보네
도달할 물속이 거기 있다는 듯, 한 마리 우주를 낚는 거기가 물고기와 나의 결계結界네
물고기도 아니면서 물고기의 마음을 읽는 것은 나의 즐거움, 즐겁게 춤을 추다가 멈춘 물빛이 물속에만 있지 않다는 걸
당신은 알면서도 내게 물었고 나는 그것을 물가에서 알았네*
-전문-
* 장자 「추수」중 '호상' 대화 중에서
* 심사위원: 한영옥(시인) 오형엽(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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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청춘』2019-가을호 <제3회 문학청춘작품상/ 자선대표작>에서
* 강영은/ 1956년 제주 서귀포 출생, 200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스스로 우는 꽃잎』『상냥한 시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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