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복화술사에게/ 김종태

검지 정숙자 2019. 11. 1. 00:16

 

 

 <2019, 제3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자/ 자선 대표작> 中

 

 

    복화술사에게 

 

    김종태

 

 

  봄 햇살을 빌려 가을 석양을 더 아롱지게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저녁과 아침을 넘나드는 사람, 그가 나르시스의 목소리로 슬퍼할지라도 그는 나르시스가 아닙니다. 그가 예레미야의 목소리로 예언할지라도 그는 예레미아가 아닙니다 시력을 줄여 청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미각을 감춰 촉각을 버릴 수 있을까요 바람이 불면 마음을 닫아도 세상의 숨은 감각들이 되살아옵니다. 그리하여 빌빛을 향한 모든 짐승의 목소리는 근원적으로 슬픔의 테두리에 갇혀 있습니다 그 경계를 벗어나고자 몸부림할 때가 낯익은 비극의 발단입니다 우리는 오늘 소리 없이 노래해야 합니다 그 음역의 높낮이가 어딘지 몰라도, 우리는 내일 길 없는 순례를 떠나야 합니다 그 깨달음의 시간이 언제인지 몰라도

    -전문-

 

   * 심사위원: 한영옥(시인)   오형엽(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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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2019-가을호 <제3회 문학청춘작품상/ 자선대표작>에서

  * 김종태/ 1971년 경북 김천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오각의 방』등,  평론집『문학의 미로』『운명의 시학』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