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닮은 사람 하나가 어디 산다는 말이 있다/ 이병률

검지 정숙자 2019. 10. 22. 02:47

 

 

    닮은 사람 하나가 어디 산다는 말이 있다

 

    이병률

 

 

  어서오세요 오랜만에 오셨어요

  혼자 어느 음식점에 갔다가 난데없는 인사를 받는다

  나는 이 가게에 처음 온다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는데

  여행은 잘 다녀왔느냐고 묻는다

  그러니까아, 그냥 우연이겠지

  인사와 안부 모두가 내가 속하는 공집합의 순간들이겠지

 

  한번만 앞뒤가 맞아버리면

  나는 여기를 뛰쳐나갈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늘 드시는 걸로 드릴게요, 라고 한다

  나는 수굿하게 그러라고 말한다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나온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바람에

  모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배우로 사는 것도  좋겠어

  내가 나에게 좋은 배역을 주거나

  삶의 통역사로 사는 것도 나쁘지않겠지

  나의 나를 나에게 잘 설명해 주거나

 

  나는 자주 여기에 자주 올 것이다

  그리고 나를 마주치기 위해

  아주 다르게 하고 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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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2019-가을호 <시로여는세상의 시인들>에서

  * 이병률/ 1995년《한국일보》로 등단, 시집『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바람의 사생활』『미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