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스마트폰/ 지요섭

검지 정숙자 2019. 10. 16. 18:56

 

    스마트폰

 

     지요섭

 

 

  손바닥에서

  도깨비 한 마리 튀어나옵니다

 

  그가 휘두르는

  마술 방망이

  세상이 흔들리고 춤을 춥니다

 

  찰스 다윈 이래

  광속으로 진화한 두뇌는

  365일 불을 밝히고

 

  허튼 무엇 하나 놓칠세라

  저인망 그물로 싹쓸이하듯

  오만 잡것을 다 사냥합니다

 

  몇 해 전 누님 곁을

  훌쩍 떠나버린 우리 매형

  낯선 그곳, 저승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발신자가 분명치 않은

  전화벨이 올릴 때마다

  늘 궁금했었는데

 

  진화에 진화를 거듭

  시공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조석으로 달라지는 아이티 세상

  저승이라고

  통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귀신이 곡을 한다는 신통한 날을 잡아

  스마트폰으로

  매형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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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2019-10월호 <시>에서

  * 지요섭/ 2018년『월간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