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지요섭
손바닥에서
도깨비 한 마리 튀어나옵니다
그가 휘두르는
마술 방망이
세상이 흔들리고 춤을 춥니다
찰스 다윈 이래
광속으로 진화한 두뇌는
365일 불을 밝히고
허튼 무엇 하나 놓칠세라
저인망 그물로 싹쓸이하듯
오만 잡것을 다 사냥합니다
몇 해 전 누님 곁을
훌쩍 떠나버린 우리 매형
낯선 그곳, 저승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발신자가 분명치 않은
전화벨이 올릴 때마다
늘 궁금했었는데
진화에 진화를 거듭
시공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조석으로 달라지는 아이티 세상
저승이라고
통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귀신이 곡을 한다는 신통한 날을 잡아
스마트폰으로
매형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
*『월간문학』2019-10월호 <시>에서
* 지요섭/ 2018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감 하나가 감나무 가지 끝에서.../ 이화은 (0) | 2019.10.21 |
---|---|
이혜원_ 인간에 대한 질문(발췌)/ 호모 사케르 : 이현승 (0) | 2019.10.20 |
유적지에서-안중근/ 김진돈 (0) | 2019.10.16 |
조대한_ 보퉁이의 변증법이 훔쳐 낸 시적 형식(발췌)/ 고복 저수지 : 이영광 (0) | 2019.10.15 |
최진석_ 뒤늦게 도착한 출발의 예감(발췌)/ 개입 : 정영효 (0) | 2019.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