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춤/ 장요원

검지 정숙자 2011. 11. 14. 15:12

 

 

    

 

     장요원

 

 

  바람의 손끝에 춤이 묶여 있다

 

  몸을 벗어버리자

  바람들이 옷으로 들어온다

  옷이 한번도 해보지 못한 동작을 한다

  그림자들이 바닥에서 춤을 춘다

 

  바람이 손끝으로 줄을 밀고당기는 동안

  빨래집게가 햇볕을 꽉 물고 있다

 

  날아가지도 못하는 공중에 관절들이 가득 들어 있다

 

  셔츠를 입은 바람이 줄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안간힘을 쓰며 놓지 않는 햇볕의 어금니, 놓아달라는 듯 늘어진 팔이 줄

을 후린다

  미니스커트 속으로 바람이 든다

  점점 팽팽해지는 바람의 근육,

 

  수백  마장 바람의 층에 둥작들이 접혀 있고

  한 호흡 한 호흡, 넘어갈 때마다 물기들이 퇴장한다

  눅눅한 관절이 경쾌해진다

 

  바닥에 매달린 춤이 다 마를 때까지

  다행히 오후는 햇볕을 끄지  않았고

  공중은 매여 있어

  몸을 비워낸 춤들이 반듯하게 개켜지는 저녁,

 

  빨래집게들만 캄캄하게 남아 밤새 어둠을 말릴 것이다

 

 

  *『현대시학』2011-10월호 <신인작품공모 당선작(시)>

  * 장요원/ 전남 순천 출생, 2011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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