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루(安養樓)에서
김승기
저무는 서녘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저 새털구름은 아무래도 이승에서
도 내려놓지 못한 내 업장이렸다
소백산 중턱에 걸려 마냥 타는 저 붉디붉은 저녁노을은 아무래도 내 활
활 타고 말 번뇌이렸다
쇠북은 이 바보 축생아 축생아 울고
목어는 이 가여운 물고기야 물고기야 울고
운판은 이 불쌍한 새들아 새들아 울고
쇠종은 이 지옥중생 시인아 시인아 울고
파르란 머리 하얀 얼굴 스님아, 온 세상 쓰다듬고 후드득 빗발같이 멀어
지는 고무신 소리
* 월간 『현대시학』2011.11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승기/ 경기 화성 출생, 2003년『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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