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안양루(安養樓)에서/ 김승기

검지 정숙자 2011. 11. 6. 02:48

 

 

     안양루(安養樓)에서

 

      김승기

 

 

  저무는 서녘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저 새털구름은 아무래도 이승에서

도 내려놓지 못한 내 업장이렸다

 

  소백산 중턱에 걸려 마냥 타는 저 붉디붉은 저녁노을은 아무래도 내 활

활 타고 말 번뇌이렸다

 

  쇠북은 이 바보 축생아 축생아 울고

  목어는 이 가여운 물고기야 물고기야 울고

  운판은 이 불쌍한 새들아 새들아 울고

  쇠종은 이 지옥중생 시인아 시인아 울고

 

  파르란 머리 하얀 얼굴 스님아, 온 세상 쓰다듬고 후드득 빗발같이 멀어

지는 고무신 소리 

 

 

   * 월간 『현대시학』2011.11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승기/ 경기 화성 출생, 2003년『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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