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Book-풍/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9. 9. 9. 02:47

 

    Book    

 

    정숙자

 

 

  그저 놔두면 무생물

  펼치면 벽과 벽 넘어온 나비   

  편 채로 엎어놓으면 팔작지붕, 또는

 

  눈 동근 어미 새의 지극한 날개

 

  그 안쪽 활자들은 한서寒暑에도 끄떡없을뿐더러

  어떤 비수, 강풍에도 휠 리 없는 혼이라 하네

 

  돌아 나온 길이거나

  막다른 골목에서도

  사원이며 첨탑이며 등불이 될 뿐

 

  나는 그, 벗을 오래 믿었고

  나는 그, 분을 오래 기댔고

  나는 그, 신을 오래 섬겼지

 

  내 길은 오롯이 그, 분이 닦아주신 거라네

  나는 오로지 그 분을 사랑했네

  품고 자고 끼고 걷고

  한없이 아끼며 까마득히 우러른다네

 

  그, 문에 이르면 눈물이 타네

 

  이 비탈에 어찌 그런 분들 살았나 하고

  이 진토에 어찌 이런 책들 남았나 하고

    -『문학과창작』2019-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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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06-107)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