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정숙자
썩어나가는 이 불꽃을 그는 내게 심으셨구나
일찍이
썩어나가는 불꽃으로 피워야 할 꽃을 그는 내게 심으셨구나
일찍이
그걸 알았다 한들
어쩔 것이냐
썩어나가는 이 마음은 썩어나가는 불꽃
꽃봉오리 돌아오는 먼 산은 문드러져 묻힌 마음
일찍이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불꽃을, 그는 내 생애를 택하셨구나
그것을 새파랄 때 알았다 한들
이제 곧 알았다 한들
오늘 종일 썩어나가는 이 불꽃을 어쩔 것이냐?
하늘인들······
강물인들······
우리 모두 어쩔 것이냐?
어쩔 것이냐?
일찍이 단 한 번 그러신 것을!
-『시선』2019-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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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1부/ p. 32-33)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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