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크로노스/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9. 9. 13. 01:58

 

    크로노스

 

    정숙자

 

 

  썩어나가는 이 불꽃을 그는 내게 심으셨구나

 

  일찍이

 

  썩어나가는 불꽃으로 피워야 할 꽃을 그는 내게 심으셨구나

 

  일찍이

  그걸 알았다 한들

  어쩔 것이냐

 

  썩어나가는 이 마음은 썩어나가는 불꽃

  꽃봉오리 돌아오는 먼 산은 문드러져 묻힌 마음

 

  일찍이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불꽃을, 그는 내 생애를 택하셨구나

 

  그것을 새파랄 때 알았다 한들

  이제 곧 알았다 한들

 

  오늘   종일   썩어나가는 이 불꽃을 어쩔 것이냐?

 

  하늘인들······

  강물인들······

 

  우리 모두 어쩔 것이냐?

  어쩔 것이냐?

  일찍이 단 한 번 그러신 것을!

    -『시선』2019-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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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공검 & 굴원』(1부/ p. 32-33)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