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 밀도
정숙자
물은 물로써 빈틈없는 공기다
새들의 발놀림
물고기의 유영에 따라 흔들리며~ 흔들리며~ 밀려나간다
더 이상 밀릴 곳 없는 가장자리, 그
절벽에 부딪히면
일월 아래 가장 낮은 말
물결이 된다
햇빛 머금은 순간 새파란 별로 솟을지라도
하 세월 거슬러 다시금 물속의 물로 고요해진다
우리가 걷는 사이
말하는 사이
나뭇가지 흔들리는 사이
텅 빔으로 꽉 찬 지상의 공기 또한 그렇게 흔들리며~ 흔들리며~
어디론가 끝없이 번질 것이다
물리고 찢기고 어긋나며
조용~ 조용히~ 허 허 공중에 주름지다가
어느 외계, 떠돌이행성을 찍고
초원의 첫 번째 말
미풍으로 되돌아온다
물결 한 점, 바람 한 그루, 말 한마디
기포 없이 밀리고 겹쳐
전장보다 더한 파장 출렁거리는
생존은 만경창파 일파만파 쥐 잡는 바다, 꽂히는 바다
물은 물로써 공기는 공기로써
서로 밀치며 서로서로 섞이며
얽히고설켜도 보이지 않는 망
망대해 각주구검 붕괴유신 등
-『시와편견』 2019-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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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22-123)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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