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水- 밀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9. 6. 29. 01:12

 

       밀도

 

     정숙자

 

 

  물은 물로써 빈틈없는 공기다

  새들의 발놀림

  물고기의 유영에 따라 흔들리며~ 흔들리며~ 밀려나간다

  더 이상 밀릴 곳 없는 가장자리, 그

  절벽에 부딪히면

  일월 아래 가장 낮은 말

  물결이 된다

 

  햇빛 머금은 순간 새파란 별로 솟을지라도

  하 세월 거슬러 다시금 물속의 물로 고요해진다

 

  우리가 걷는 사이

  말하는 사이

  나뭇가지 흔들리는 사이

  텅 빔으로 꽉 찬 지상의 공기 또한 그렇게 흔들리며~ 흔들리며~

  어디론가 끝없이 번질 것이다

 

  물리고 찢기고 어긋나며

  조용~ 조용히~ 허 허 공중에 주름지다가

  어느 외계, 떠돌이행성을 찍고 

  초원의 첫 번째 말

  미풍으로 되돌아온다

 

  물결 한 점, 바람 한 그루, 말 한마디

  기포 없이 밀리고 겹쳐

  전장보다 더한 파장 출렁거리는

  생존은 만경창파 일파만파 쥐  잡는 바다, 꽂히는 바다

 

  물은 물로써 공기는 공기로써

  서로 밀치며 서로서로 섞이며

  얽히고설켜도 보이지 않는 망

  망대해 각주구검 붕괴유신 등 

    -『시와편견』 2019-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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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22-123)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