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무한
정숙자
웃는다
안 웃는다
화낸다 화내지 않는다
수뇌부에서 결정/ 지시한다
그들의 얼굴은 이제 바다가 아니다. 날씨가 아니고 밤낮이 아니다. 미소를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글썽거리는 눈썹 밑 눈동
자쯤의 자료로서는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은 매력적이고
마력적이고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그들에게 끌린다. 그들도? 나에게 다가오지만 진정 그들이 사람인지 눈사람인지 석상인지 어스름 속으로 미끄러진다. 나! 또
한 대처한다. 서툴지만 그들에게. 조금씩 배워간다. 알맞게 깍듯이.
연약한 독설|차가운 봄비|화사한 낙화
더 이상 켜지 않는다, 사회를! 사람을!
거실에 놓인 한 그루 아레카야자와 소통한다
그는 외래종 악기이지만
나는 그에게 가장 그립고 가장 숭고한
대상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반가사유詩 〓 반가사유人
-『시와표현』2018-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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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2부/ p. 68-692)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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