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검*은 끊임없이
정숙자
고독을 심문하는 자다
묻고, 다시 묻고
발목까지도 귀 기울인다
공검에게는 뭔가,
단단히 각오해야 하는 날이 있다
(온다)
바닥으로부터 뛰어내릴 각오
세상으로부터 유배당할 각오
사랑으로부터 분리될 각오
공검에게 한사코 고독을 투입하는 하늘의 전략: 관계 파열, 그거 아니면 공검은 절대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비애와 비약의 번복은 물론, 더 이상의 이상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선 안 돼. 그래선 안 돼)
갈빗대 사이사이 비계가 끼면 안 되고말고,
모처럼 쪽빛 어릴 만하면 어김없이 번지는 안개. 솔방울 잣송이를 파열시키고, 그 벌어진 갈피마다 쪼아대는 지빠귀. 그때 공검은 오만가지 병법/필법을 모색한다. 왜? ㅗ? ㅙ? 꽉 찬 고독, 한순간 허를 찔려 무너질 만한···
꾸깃꾸깃 전모를 실토할 만한···
∴ 공검의 한 줄 한 줄은
고독이 흘린 말 받아 적은 말
아스라이 맞닥뜨렸던
고독과 공검,
핏기도 없이 피어린 삶의
칼집 속 칼날의 붕괴된 침묵
-『딩아돌하』 2018-봄호
* 공검空劍: 허虛를 찌르는 칼(필자의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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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2부/ p. 72-73)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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