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책-창(窓)/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8. 5. 5. 16:52

 

 

    책   

 

    정숙자

 

 

  여긴 맑고 따뜻한 꽃도 많지만

  가끔은 새카만 꽃도 섞인다

  거기 들어가 한 바퀴 돌고 나와도

  향기라곤 안겨주지 않는

  허전한 꽃

 

  그러나 그 책도

 

  어느 나무를 쓰러뜨리고 엮은 지면일 테니

  이유 있어 태어난 장미이기는 하다

  그 빛에 의지해 한 생을 건너는

  '열심'이 있을 것이요, 그 나름으로는

  위성과 항성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 꽃을

 

  마다않고 읽어드리는 사람들 있는 것이지

  하지만 이런 갈피에 눈 가둘 때면

  '인내'가 휘어짐을 어쩌지 못한다

  내 조그만 인내가 무슨 값이 될까, 만

 

  그래도 더 배워야 할 것이 인내라 믿고

 

  그 또한 꽃이 주는 베풂이라 믿고

 

  간혹 만나는 이 '쓸쓸'을 부록이야, 본론이야

  홀로 토로하며 건강히   감사히  

  어두워오는 가로등 아래

  행복  

 

  집 쪽으로 발걸음을 잇는 것이다

  접은 책 (잠시) 한 팔에 끼고

  표4에 이어 표5, 표6··· 그리고 흰  

   -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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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08-109)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행복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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