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멜랑꼴릭 메두사/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8. 5. 25. 11:40

 

 

    멜랑꼴릭 메두사

 

    정숙자

 

 

  메두사는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진 부처만큼이나 많은 머리를 가졌지만, 허억~

 

  천수천안. 그 부처가 부러울 따름이다

 

  머리는 하나만으로도 수천수만의 현안을 끌 수 있으나 정작 행동력은 손이 아닌가

 

  무슨 소용이랴. 손이 한 벌이라 황금의 시간들도 한 줄기로 흐르고 마는구나

 

  메두사에게 천 개의 손이 있다면

  하루가 비록 짧을지라도

  가로세로 엮을 것을,

 

  메두사는 오늘도 많은 눈 열렸건만 하는 거라곤 그 눈들을 껌벅거리는 일··· 뿐 

 

  해가 벌써 기우는데 메두사의 머리들은 공중에 매달려 검은 포도송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문학과 사람2018-여름(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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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30)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