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릭 메두사
정숙자
메두사는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진 부처만큼이나 많은 머리를 가졌지만, 허억~
천수천안. 그 부처가 부러울 따름이다
머리는 하나만으로도 수천수만의 현안을 끌 수 있으나 정작 행동력은 손이 아닌가
무슨 소용이랴. 손이 한 벌이라 황금의 시간들도 한 줄기로 흐르고 마는구나
메두사에게 천 개의 손이 있다면
하루가 비록 짧을지라도
가로세로 엮을 것을,
메두사는 오늘도 많은 눈 열렸건만 하는 거라곤 그 눈들을 껌벅거리는 일··· 뿐
해가 벌써 기우는데 메두사의 머리들은 공중에 매달려 검은 포도송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문학과 사람』 2018-여름(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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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30)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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