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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발랄 우리말의 향기 3/ 김용길

검지 정숙자 2017. 10. 8. 01:21

 

 

    생기발랄 우리말의 향기-3

 

     김용길/ 동아일보 기자

 

 

  - '로멘티스트' 아닙니다 '로맨티시스트'가 맞습니다.

  - 멋지게 '런어웨이'하는 모델? '런웨이'가 맞습니다.

 

 

  "어제 그 모델 런어웨이에서 멋지던데" 이때 '런어웨이'는 콩글리시입니다. 모델이 서는 무대는 '런웨이runway'라고 합니다. '런어웨이runaway'는 도망자, 가출자를 가리킵니다. 우리 일상에 영어식 표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멋있어(?) 보이려고 영어를 섞어 썼는데, 틀린 말이라면 더 민망해집니다. 한국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지만 영어권 외국인이 들으면 고개 저을 틀린 말이 많습니다.

  드라마의 한 장면, 한 여성이 남편에게 이런 얘기를 합니다. "와, 로맨티스트네." 이때 '로맨티스트'는 틀린 말입니다. 영어로는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입니다. 낭만주의자라는 뜻입니다.

 

  "나르시즘적 증상에 빠졌어요." 여기서 '나르시즘'도 틀립니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일, 또는 자기 자신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일'을 뜻하는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에서 유래한 말은 '나르시시즘'이 맞습니다. 표기 'narcissism'을 고려할 때 '나르시즘'은 맞지 않습니다.

  또 많이 틀리는 말로 '스프링쿨러'가 있습니다. 화재에 대비해 설치한 물을 뿌려주는 장치인데 'spring cooler'가 아닙니다.  '스프링클sprinkle'에서 나온 말이므로 '스프링클러'가 맞습니다. 요즘 인기인 탄산수도 영어로는 '스파쿨링 워터'가 아닌 '스파클링 워터'입니다.

  선거철에 많이 보이는 현수막을 프랭카드 플랜카드로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확한 한글 표기는 '플래카드(영어 표기로는 placard, 단 영어권 국가에서 현수막은 '배너banner'라고 씁니다. placard는 보통 종이나 판에 글을 쓴 것을 뜻합니다.)'가 맞습니다.

  또 신문 등에 기고하는 사람을 가리켜 가끔 칼럼리스트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표기입니다. 영어 표기가 'columnist'니 '칼럼니'가 맞습니다. '전문 기고가'로 표현할 수도 있겠죠.

  항공기 여승무원을 가리키는 스튜어디스는 '스튜디어스'로 잘못 쓰이기도 합니다. 영어로 'stewardess'인데 여성만을 가리키는 말이니 남직원에게 '남자 스튜어디스'라고 하면 안 됩니다. 남승무원은 '스튜어드steward'라고 부릅니다. 남녀 구분 없이 '객실승무원'이라고 해도 됩니다.

  농구에서 골대 테두리를 맞고 공이 튀어 나올 때 '링ring'에 맞고 나왔다고도 많이 쓰는데 농구 공식 용어로는 발음이 비슷한 'rim'입니다. '림'은 둥근 테를 말합니다.

  이 밖에 자동차 길 안내 기기는 '네비게이션' 아닌 '내비게이션navigation', 가속 페달은 '엑셀' 아닌 액셀' 또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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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경계』2017-가을호 <생기발랄 우리말의 향기 >에서

  * 김용길/ 전남 순천 출생,《동아일보》기자, 저서 『편집의 힘』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