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의 내부
정채원
상반신 날아간 동종
속을 드러낸 채 앉아 있다
몸뚱이 떨어져나간 부분이 들쑥날쑥
이 빠진 칼날 같다
발아래 엎드려서라도
네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적 있었다
바닥을 기어서라도
그 떨림의 끝에 닿고 싶었지만
두께를 알 수 없는 울음은 어디에서 온 건지
바람을 삼키고 번개를 삼키고 그림자를 삼켜
아득한 실개울 작은 조약돌의 숨결처럼 시작된 떨림은
어느 울퉁불퉁한 별이 때리고 간 것일까
반 이상 허물어진 뒤에야
울음은 그 내부를 보여준다
바닥에 고인 청동기억 흔들어
남은 생애를 두드려보지만
이미 어둠을 잃어버린 울음
네가 더 이상 종이 아닐 때
내 심장도 정수리도 날아가버렸다
*『시작』2011-봄호 <신작시>에서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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