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울음의 내부/ 정채원

검지 정숙자 2011. 3. 10. 20:20

 


   울음의 내부


     정채원



  상반신 날아간 동종

  속을 드러낸 채 앉아 있다

  몸뚱이 떨어져나간 부분이 들쑥날쑥

  이 빠진 칼날 같다


  발아래 엎드려서라도

  네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적 있었다

  바닥을 기어서라도

  그 떨림의 끝에 닿고 싶었지만


  두께를 알 수 없는 울음은 어디에서 온 건지

  바람을 삼키고 번개를 삼키고 그림자를 삼켜

  아득한 실개울 작은 조약돌의 숨결처럼 시작된 떨림은


  어느 울퉁불퉁한 별이 때리고 간 것일까


  반 이상 허물어진 뒤에야

  울음은 그 내부를 보여준다


  바닥에 고인 청동기억 흔들어

  남은 생애를 두드려보지만

  이미 어둠을 잃어버린 울음


  네가 더 이상 종이 아닐 때

  내 심장도 정수리도 날아가버렸다

 


  *『시작』2011-봄호 <신작시>에서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