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소묘/ 이영애

검지 정숙자 2011. 2. 10. 01:14

   소묘

 

    이영애



  머리를 모서리에 부딪치던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이 흔들렸어

  벽에 걸린 화면 속에서 지구가 진동하며

  불덩이를 사산하고 있어

  그 핏빛으로 물든 도시의 잔해들

  지구 반대편에서 뇌진탕을 일으키고 있을까

  바닷물이 밀리고 당겨지는 동안

  울컥 밀려드는 그리움이 들어 올려지고

  내가 먼저 무너지고 말았어

  너의 기상도가 비틀거릴 때마다

  한쪽 이마가 욱신거리며 푸른 달이 떠오르곤 했지

  내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새 울음소리

  수평선을 닦으며 점점 기우는

  너와 나의 거리, 갈라진 틈 가늠할 수 없어

  은밀히 숨겨 놓았던 비밀이 열리듯

  너에게로 가는 내 마음이 요동치고 있어

  시커멓게 타버린 운석은

  45억년을 견뎌온 지구의 입김이었나

  참담한 말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가슴으로 쏟아지고 있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0. 11-12월호 <신작특집>에서

  * 이영애/ 전북 남원 출생, 2009년『열린시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비 출판/ 이화은  (0) 2011.02.19
별이 별똥이 되기까지/ 황희순   (0) 2011.02.18
까치밥/ 김상미  (0) 2011.02.09
날아라, 탁자/ 장이엽  (0) 2011.02.08
기러기/ 강태열  (0) 2011.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