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별이 별똥이 되기까지/ 황희순

검지 정숙자 2011. 2. 18. 15:52

    별이 별똥이 되기까지


    황희순



  그는 운 좋게 지구에 떨어진 천만 년 전 폭발한 초신성 조각인지 모른다. 예리하게 반짝이는 모서리는 이 행성에 사는 이들을 날름날름 유혹했다. 얼핏 보면 별 같은 그, 그녀는 진짜 별인 줄 알고 따먹으려 온몸을 던졌다. 또 다른 피 비린내가 바람결에 풍겨왔지만, 피 묻은 날선 칼날을 핥다 죽는 늑대처럼 그녀 역시 자신의 피, 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예리한 모서리에 베인 피투성이 그녀의 혀가 한동안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피를 보아야 반짝이는 오래된 그의 모서리가 단단한 중심을 향해 조금씩 둥글어졌다. 영원을 믿지 않는 그녀가 수백 번 다시 돋은 반쯤 남은 혀를 거둬들였다. 곧 블랙홀을 만날 거라는 소문이 뿌옇게 하늘은 뒤덮은 후였다. 간밤 희미하게 허공을 긋고 지나간 빛은 500년 전 사라진 그일지도 모른다.


  *『시에』2011-봄호에서

  * 황희순/ 충북 보은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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