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날아라, 탁자/ 장이엽

검지 정숙자 2011. 2. 8. 00:43

 

   날아라, 탁자


    장이엽



  바위산을 오르내리는 시시포스가 있었다.

  머물지 못하는 건 운명이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에

  가속을 붙인 무게는 다시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무게를 더한다.

  그러니 바위를 밀고 올라가야 하는 일은

  그에게만 선고된 형벌이 아니다


  바닥에 엎드려 네 귀를 세우는 탁자야!

  엿듣지 마라.

  굽힌 등을 펴려고

  돌아눕지 말아라.

  함부로 말하지 마라.

  흔들리지 말아라.

  턱밑에 불거진 근육의 긴장을 풀지 마라.

  혀 속에 비밀을 간직한 벙어리가 되어라.


  모서리 세우고 덤비지 마라.

  쉽게 다가서지 말고

  멀어지지도 말아라.

  머리에 이지 못하거든 가슴에 품어라.

  발목에 힘을 모으고 수평선을 그려보는 너,

  시시포스를 대신한 침묵의 등불을 꺼도 좋다면

  지평과 나란한 평행을 벗어나

  23.5도의 기울기를 디디고 솟구쳐 날아올라라.



  *『문학마당』2010-겨울호 <우리 시대 시인 신작시>에서

  * 장이엽/ 전북 익산 출생, 2009년『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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