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기러기/ 강태열

검지 정숙자 2011. 2. 7. 02:03

   기러기


    강태열



  전쟁을 알 리 없는 눈이

  내리다가,


  눈 개인

  하늘이 빈다.


  장독대엔

  흰옷 입은 옹기들뿐,


  끼륵끼륵 끼륵끼륵

  하늘 나는 기러기…….


  빈 장독대도

  기러기 소릴 낸다.


  전쟁을 알 리 없는 눈이

  쌓인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찻집 ‘귀천(歸天)’이 고(故)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지난 여름 별세하면서 25년 만에 문을 닫았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알다시피 ‘귀천’은 1967년 동베를린간첩단사건(소위 동백림사건 東柏林事件)에 연루되어 고문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천상병 시인 부부에게 1985년 강태열 시인이 300만 원을 선뜻 빌려주어 문을 연 찻집이었다. 천 시인은 그 고마움에 「강태열 시인」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김정화>.…(『작가들』2010-겨울호 ‘책머리에’ 일부)


 *『작가들』2010-겨울호 <특집-자선시>에서

 * 강태열/ 전남 광주 출생, 1959년 『사상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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