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푸른 가계(家系)를 읽다
이영식
과수원길 걷는다
사과나무가 산모처럼 부풀어
푸른 가계를 이루고 있다
바람이 가지를 당겼다 놓을 때마다
사과나무를 어깨를 낮추어
어린 사과의 옹알이를 달랜다
불청객이 그늘로 바짝 다가서자
조심하세요
수유(授乳)중입니다
곁가지가 내 입술에 손가락을 세운다
사과나무는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과를 두 쪽으로 나누어 보라
몸 전체가 사랑이며 은유다
겨우 모양만 갖춘 풋것들
애기사과의 궁둥이를 만져보았다
가지 많은 나무
끌탕가슴 조여왔겠지
서로 뿌리를 대고 이파리로 감싸온
내력이 낯설지 않다
단물이 오르는지 온몸이 환해진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1~2월호 <테마로 읽는 현대시-사과>에서
* 이영식/ 경기 이천 출생, 200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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