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과나무, 푸른 가계(家系)를 읽다/ 이영식

검지 정숙자 2011. 2. 2. 01:56

   사과나무, 푸른 가계(家系)를 읽다


     이영식



  과수원길 걷는다

  사과나무가 산모처럼 부풀어

  푸른 가계를 이루고 있다


  바람이 가지를 당겼다 놓을 때마다

  사과나무를 어깨를 낮추어

  어린 사과의 옹알이를 달랜다

  불청객이 그늘로 바짝 다가서자

     조심하세요

     수유(授乳)중입니다

  곁가지가 내 입술에 손가락을 세운다


  사과나무는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과를 두 쪽으로 나누어 보라

  몸 전체가 사랑이며 은유다


  겨우 모양만 갖춘 풋것들

  애기사과의 궁둥이를 만져보았다

  가지 많은 나무

  끌탕가슴 조여왔겠지

  서로 뿌리를 대고 이파리로 감싸온

  내력이 낯설지 않다


  단물이 오르는지 온몸이 환해진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1~2월호 <테마로 읽는 현대시-사과>에서

  * 이영식/ 경기 이천 출생, 200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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