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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발췌)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共著/ 전경아 옮김

검지 정숙자 2016. 7. 30. 13:02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 고가 후미타케 共著 _ (발췌)

 

    전경아 옮김

 

 

  철학자: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물물의 온도는 1년 내내 18도를 유지한다네. 이것은 누가 측정하든지 간에 똑같은 객관적인 수치지. 하지만 여름에 마시는 우물물은 차갑게 느껴지고, 여름에 마시는 우물물은 따뜻하게 느껴진다네. 온도계는 늘 18도를 유지하지만 여름과 겨울에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이지. (12쪽)

 

  철학자: 혼동하지 말게. '원인론(原因論)'과 '목적론'은 다르네. 자네는 모든 것을 원인론에 근거해서 말하고 있어 원인론을 맹신하면서 사는 한, 우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네. (35쪽)

  철학자:   쉽게 말해 트라우마 이론은 원인론의 전형일세. (36쪽)

  철학자: 아들러 심리학은 트라우마를 명백히 부정하네. 이런 면이 굉장히 새롭고 획기적이지. 분명히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이론은 흥미진진한 데가  있어. 마음의 상처(트라우마)가 현재의 불행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인생을 거대한 '이야기'라고 봤을 때, 그 이해하기 쉬운 인과법칙과 드라마틱한 전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매력이 있어. 하지만 아들러는 트라우마 이론을 부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 즉 트라우마 - 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네. 인생이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걸세. 어떻게 사는가도 자기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36~37쪽)

 

  철학자: 왜 그리 서두르나? 답이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하는 것이라네. 남이 던져준 답은 어차피 대증요법(對症療法: 원인이 아닌 증상에 대해서만 처치하는 치료법. 예를 들어 머리가 아픈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진통제를 주어 머리가 아픈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을 말한다.)에 불과해. 아무런 가치도 없지.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직접 쓴 책은 한 권도 남기지 않았지. 아테네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과 노상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논쟁을 벌였을 뿐. 그의 철학을 저작이라는 형태로 후세에 남긴 사람은 제자인 플라톤이었어. 마찬가지로 아들러도 저술활동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네. 대신 빈의 카페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작은 토론모임에서 의견 나누기를 즐기던 인물이었지. 결코 팔걸이의자에 붙어 앉아 책만 파던 지식인은 아니었단 말일세. (49쪽)

 

  철학자: 생활양식을 바꾸려고 할 때, 우리는 큰 '용기'가 있어야 하네.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할 것이냐, 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을 선택할 것이냐. 분명 자네는 후자를 택할 테지. (63쪽)

  청 년: ……방금 또 '용기'라고 하셨습니다. (〃)

  철학자: 그래. 아들러의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일세.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로, 자네게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69쪽) <82쪽, 아들러의 말/ 이 책에 무수히 반복됨>

 

  철학자: 인정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일세. 하지만 잊지 말게.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해. 인간관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크든 작든 상처를 받게 되어 있고, 자네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지. 아들러는 말했네. "고민을 없에려면 우주 공간에서 그저 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지. (80쪽)

 

  철학자: 알겠네. 참고로 말하자면, 열등감이란 단어를 현재 통용되는 맥락으로 처음 쓴 사람이 아들러라고 알려져 있네. …… 고맙네 내 키는 155센티미터일세. 아들러도 나와 비슷했다고 하더군. ……뒤이어 친구는 이렇게 말했네.  "키는 커서 뭐하려고? 너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재능이 있잖아." 생각해보니 그렇더군. ……즉 가치전환(니체가 만든 용어로 지금까지의 도덕적 가치, 지금까지 금지하였거나 업신여겼던 가치를 긍정하는 태도를 뜻한다.)을 하게 된 걸세. (87쪽)

 

  철학자: 그건 순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 우선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났네. 그리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보편적인 욕구를 갖고 있지. 아들러는 이를 '우월성 추구(향상되기를 바라는 것, 이상적인 상태를 추구하는 것)'라고 했네. (91쪽)

  철학자: 아들러는 '우월성 추구도 열등감도 병이 아니라 건강하고 정상적인 노력과 성장을 하기 위한 자극이다'라고 말했네. 열등감도 제대로만 발현하면 노력과 성장의 촉진제가 되는 거지. (92쪽)

  철학자: 우월 콤플렉스, 권위부여, 예를 들어 자신이 권력자 - 학급 반장에서부터 저명인사까지 광범위하지 - 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짐짓 어필하는 걸세. 그를 통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행세하지. 경력을 속이거나, 옷이나 장신구 등 브랜드 제품을 과시하는 것도 일종의 권위 부여이자 일부분 우월 컴플렉스라고 할 수 있지. 어떤 경우든 '나'라는 존재가 우월하다거나 특별해서 그런 것이 아닐세. '나'와 권위를 연결시킴으로써 마치 '나'라는 사람이 우월한 것처럼 꾸미는 거지. 즉 거짓 우월성일세. (99쪽) 

  철학자: 아니지. 일부러 말로 자랑하며 뽐내는 사람은 외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네. 아들러도  분명히 지적했지. "만약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열등감을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 (101쪽)

  청 년: 그러니까 열등 콤플렉스와 우월 컴플렉스가 의미는 달라도 실상 뿌리는 같다는 말씀인가요? (〃)

  철학자: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그러면 마지막으로 자랑에 관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네. 열등감 자체를 첨예화시켜 특이한 우월감에 빠지는 패턴이라네. 그체적으로는 '불행 자랑'이라고 하지. (〃)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다 (104쪽)

 

  청 년: 인생은 경쟁이 아니란 건가요? (105쪽)

  철학자: 그렇네.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그저 앞을 보고 걸으면 되는 거지. 물론 다른 사람과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네. ……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라네. (〃) 

 

  철학자: 그렇지 않네. 앞서 걸으나 뒤에서 걸으나 관계없어. 쉽게 말해 우리는 세로축이 존재하지 않는 평평한 공간을 걷고 있네. 우리가 걷는 것은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네. (107쪽)

  청 년: 선생님은 모든 경쟁에서 자유로우십니까? (〃)

  철학자: 물론일세. 지위와 명예를 좇지 않고 재야의 철학자로서 세속의 경쟁과는 연이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

  청 년: 그것은 경쟁에서 내려왔음을, 즉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입니까? (〃)

  철학자: 아니. 승부를 다투는 장소에서 물러났다는 표현이 맞겠지. 내가 나로서 살려고 할 때 경쟁은 필히 방해가 된다네. (107~108쪽)

  철학자: 만약 그 라이벌이 자네에게 '친구'라고 불리는 존재라면 자신을 연마할 기회가 되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쟁 상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네. (108쪽)

 

  철학자: 권력투쟁에 관해 한 가지 더 일러둘 말이 있네. 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여겨도 그것을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지는 말게. 이것이 많은 사람이 빠지는 인간관계의 함정이지. (122쪽)

 철학자: 나도 전에는 그랬네. 고교 시절에 나는 친구를 사귀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리스어와 독일어를 공부하며 말없이 철학책만 파고들며 하루하루를 보냈지. 그런 나를 불안하게 지켜보던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하러 갔네. 선생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라고 말했다더군. 그 말을 듣고 어머니도 나도 크게 용기를 얻었지. (131쪽)

  청년: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럼 선생님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까?

  철학자: 아니, 딱 한 명 있었지. 그 친구는 "대학에서는 배울 게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하더니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네. 몇 년간 산 속에 틀어박혀 지내다가 현재는 동남아시아에서 보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 몇십 년이나 만나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만나도 그 시절과 똑같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그럴까? 친구와 지인의 수는 결코 중요하지 않네. 이는 사람의 과제와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중요한 것은 관계의 거리와 깊이라네. (〃)

 

  청 년: ……결국 마지막은 '용기'에 관한 얘기입니까?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139쪽)

  철학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들러 심리학은 '소유의 심리학'이 아니라 '사용의 심리학'일세. (139~140쪽)

  청 년: 요컨대 '무엇이 주어지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로군요. (140쪽)

  철학자: 그렇지. 제대로 기억하고 있군. 프로이트의 원인론은 '소유의 심리학'이고 결국엔 결정론으로 귀결돼. 반면 아들어 심리학은 '사용의 심리학'이고 결정은 자네가 하는 걸세. (〃)

  청 년: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며 동시에 '사용의 심리학'이다……. (〃)

  철학자: 우리 인간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휘청거릴 만큼 나약한 존재가 아닐세. 목적론의 입장에 서서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손으로 고르는 걸세. 우리에게는 그럴 힘이 있네. (〃)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145, 189쪽)

 

  철학자: 알겠네. 지금 자네가 한 얘기를 아들러 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해주지.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원하는 마음(인정욕구)을 부정한다네. (151쪽)

  청 년: 인정욕구를 부정한다고요? (〃)

  철학자: 타인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도리어 인정받기를 바라서는 안 되네. 이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겠군. (〃)

  철학자: 유대교 교리를 보면 이런 말이 있네. "내가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준단 말인가?" (154쪽)

  철학자: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할 때, 거의 모든 사람이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을 수단으로 삼네. 적절한 행동을 하면 칭찬받는다는 상벌교육의 흐름에 따라서 말이지. 하지만, 가령 업무의 목표 자체가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되면 그 일을 하기가 괴로울 걸세. 늘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느라 '나'라는 존재를 억누를 테니까.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 중에 성격이 제멋대로인 사람은 별로 없네. 오히려 타인의 기대, 부모와 선생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다가 괴로워하지. 쉽게 말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걸세. (157~158쪽)

  철학자: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네. (163쪽)

 

  철학자: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일념에서 열 명 전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마치 포퓰지즘(populism)에 빠진 정치가처럼 하지도 못할 일을 '할 수 있다'고 약속하거나, 책임지지 못할 일까지 떠맡게 될 소지가 있네. 물론 그 거짓말은 머지않아 발각될 테고, 그리고 신용을 잃고 인생은 더욱 고달파지겠지.…… (182쪽)

  철학자: 타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인간에게 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며 충동ㅇ일세.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트는 그러한 욕망을 가리켜 '경향성'(傾向性: 습관적인 감성적 욕망을 이르는 말이다. 이성적인 사고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정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기울어지는 마음의 성향을 뜻한다.)이라고 했지. (184~185쪽)

  철학자: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맏는 것"일세. (186쪽)

  철학자: 자네는 아마 '조직에서의 해방'을 자유라고 생각했겠지. 가정이나 학교, 회사, 또는 국가에서 뛰쳐나오는 것 말이야. 하지만 실제로 조직을 뛰쳐나와도 진정한 자유는 얻을 수 없네.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어. 자유롭게 살 수 없지. (187쪽)

  철학자: …… 만약 내 앞에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생'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인생'이 있고 이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치세. 나라면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택할 걸세.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으니까. 즉 자유롭게 살고 싶은 거지. (189쪽)

  철학자: 인간관계라고 하면 보통 '두 사람의 관계' 혹은 '다수와의 관계'를 떠올리지. 그런데 자기 자신이 먼저라네. 인정받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 인간관계의 카드는 언제나 남이 가질 수밖에 없어. 인생의 카드를 남에게 맡길 것인가, 내가 쥘 것인가의 문제라네. (194쪽)

 

  철학자: 사랑에서도,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도 나이는 관계없네. 교우의 과제에 일정한 용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일세. 나와의 관계에서는 조금씩 거리를 좁히면 된다네. 밀착될 정도로 가까워질 필요는 없고, 손을 뻗으면 서로의 얼굴에 닿는 정도의 거리면 되겠지. (249쪽)

   

  철학자: 가장 알기 쉬운 타자공헌은 '일'이라네. 사회에 나가 일하는 것, 또는 집안일을 하는 것. 노동이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야. 우리는 노동을 통해 타인에게 공헌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며,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지. 나아가서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받아들이게 되지. (273쪽)

  철학자: 편의상 지금까지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이라는 순서로  설명을 했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는, 말하자면 순환구조로 연결되어 있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즉 '자기수용'을 한다→ 그러면 배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타자신뢰'를 할 수 있다→ 타인을 무조건 신뢰하고 그 사람들을 내 친구라고 여기게 되면 '타자공헌'을 할 수 있다→ 타인에게 공헌함으로써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실감하게 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자기수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수용을 하면……. 자네 며칠 전에 적은 메모를 가지고 있나? (276쪽)

  철학자: 아들러 심리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삶을 변화시키려면 '그때까지 살아온 햇수의 절반'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네. 즉 마흔 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면 20년을 더해서 예순 살이 되어야 하고, 스무 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면 10년을 더해서 서른 살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 자네는 아직 젊어. 그만큼 인생의 빠른 시기에 배우고, 빨리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네. 빨리 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자네는 세상의 어른들보다 앞서고 있네. ……  (278쪽)

 

  철학자: 확실히 이 세상에는 착한 사람만 있지는 않아.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는 때도 적지 않지. 하지만 이때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어떤 경우라도 공격하는 '그 사람'이 문제이지 결코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란 사실일세. 신경증적인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은 걸핏하면 '모두', '늘', '전부'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네.  "모두 나를 싫어해",  "늘 나만 손해를 봐",  "전부 틀렸어"라는 식으로, 만약 자네가 이런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다면 주의해야 하네. (279~280쪽)

  철학자: 유대교 교리 중에 이런 말이 있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당신을 싫어하고, 당신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열 명 중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이때 나를 싫어하는 한 명에게 주목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사랑해주는 두 사람에게 집중할 것인가, 혹은 남은 일곱 사람에게 주목할 것인가? 그게 관건이야. 인생의 조화가 결여된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한 명만 보고 '세계'를 판단하지. (280쪽)

  철학자: 그래. 말을 좀 더듬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웃거나 바보 취급을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방금 전에 한 말에 비유하자면 '열 명 중 한 명' 꼴일 걸? 게다가 그런 태도를 드러내는 어리석은 인간이라면 이쪽에서 관계를 끊어도 상관없지. 그런데 인생의 조화가 결여된 사람은 그 한 사람에게만 주목하고 '모두 나를 비웃고 있어'라고 생각한다네. (281쪽)

 

  철학자: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는 철학이 일관성있게 계속 추구해온 주제 중 하나라네. (286쪽)

  철학자: 인간에게 있어 최대의 불행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거라네. 이런 현실에 대해 아들러는 간단하게 대답했지. '나는 공동체에 유익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통해서만 자신이 가치 있음을 실감한다고. (287쪽)

  청 년: 방금 말했던 타자공헌이군요? (〃)

  철학자: 그래.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경우의 타자공헌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이지. (〃)

  철학자: 이미 자네도 눈치 채지 않았나? 바로 "행복이란 공헌감이다." 이게 행복의 정의라네. (288쪽)

 

  철학자: 자네는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어. 공헌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라면 결국 남이 의도한 대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어. 인정욕구를 통해 얻은 공헌감에는 자유가 없지. 우리는 자유를 선택하면서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네. (290쪽)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관적이 감각, 즉 '공헌감'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철학자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즉 행복이란 '공헌감'이라고. 분명 그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딴 것이 행복이라고? 내가 바라는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다! (291쪽)

 

  철학자: 원래 공부든 운동이든 어느 정도 결과를 내려면 일정한 노력이 필요하네. ……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는 노력은 외면한 채 주목만 받으려고 하지.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그를 일컬어 '안이한 우월성 추구'라 하네. (294쪽)

  철학자: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아마도 자네가 '평범해지는 것'을 '무능해지는 것'과 같다고 착각해서겠지. 평범한 것은 무능한 것이 아니라네. 일부러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할 필요가 없는 것뿐이야. (297쪽)

  철학자: ……선처럼 보이는 삶은 점의 연속, 다시 말해 인생이란 찰나(순간)의 연속이라네. (301쪽)

  철학자: 자네가 극장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그때 극장 전체에 불이 켜져 있으면 객석 구석구석까지 잘 모일 거야. 하지만 자네에게 강렬한 스포트라이트을 비추면 앞줄조차 보이지 않게 돼.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네.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 과거와 미래가 보이겠지. 아니,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 '지금, 여기'에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과거도 미래도 보이지 않게 되네. (307~308쪽)  

  청 년: 강렬한 스포트라이트요? (308쪽)

  철학자: 그래. 우리는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야 하네. 과거가 보이는 것 같고, 미래가 예측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자네가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지 않고희미한 빛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일세. (〃) 

 

  철학자: 목표 같은 건 없어도 괜찮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사는 것, 그 자체가 춤일세. 심각해질 필요 없어. 진지하게 하는 것과 심각한 것을 착각하지 말게. (312쪽)

  철학자: 설사 자네나 내가 '지금, 여기'에서 생을 마친다고 해도 불행하다고 할 것까진 없네. 스무 살에 마친 삶도  아흔 살에 마친 삶도 모두 완결된 삶이며 행복한 삶이니까. (〃)

  철학자: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이라네.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고,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서 뭔가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거지. 자네는 지금까지 '지금, 여기'를 외면하고 있지도 않은 과거와 미래에만 빛을 비춰왔어. 자신의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찰나에 엄청난 거짓말을 했던 거야. (313쪽)

 

  철학자: 그래서 아들러는 "일반적으로 인생의 의미란 없다"라고 답하고는, 이어서 "인생의 의미는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네. ……"인생의 의미는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라는 아들러의 말은 결국 이런 뜻이지. 인생에 있어 의미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밖에 없다. (315~316쪽)

  철학자: 여행객들잉 북극성에 의지해 길을 나서듯 우리 인생에도 '길잡이 별'이 필요하네. 그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사고방식이지. 그 별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지침이자, 이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절대적인 이상향이라네. (317쪽)

  청 년: 그 별은 어디에 있습니까? (〃)

  철학자: 타자공헌에 있네. (〃)

  청 년: ……타자공헌! (〃)

  철학자: 자네가 어떠한 찰나를 보내더라도, 설령 자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만 놓치지 않는다면 헤맬 일도 없고 뭘 해도 상관없어.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면 되네. (318쪽) 

  철학자: 그리고 찰나인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춤추고, 진지하게 사는 걸세. 과거도 보지 말고, 미래도 보지 말고, 완결된 찰나를 춤추듯 사는 거야.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목적지도 필요 없네. 춤추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할 테니까. (〃)

 

  청 년: ……아, 아까워 죽겠어요! 10년, 아니 5년만이라도 더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만약 5년 전, 아니 취직하기 전에 제가 아들러의 사상을 알았더라면……. (320쪽)

  철학자: 아니, 그건 아니지. 자네가 "10년 전에 알았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의 자네'가 아들러의 사상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야. 10년 전의 자네가 어떻게 느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네. 자네는 이 이야기를 지금 들을 운명이었던 거야. (〃)

  청 년: 제가 변했는자, 그로 인해 보이는 세계가 달라졌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는 환하게 빛나고 있다고요! 내일의 일 따위는 보이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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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미움받을 용기에서/ 초판 1쇄 발행 2014.11.20, 초판 53쇄 발행 2016.2.1.<(주)인플루엔셜> 펴냄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로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개인심리학'을 창시했다.// 현대 심리학에 큰 영향을 끼친 아들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또한 네일 카네기, 스티븐 코비 등 자기계발의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자기계발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오늘날 거의 상식처럼 되어버린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사람은 현재의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는 '목적론'을 내놓았다. 아들러에 의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생에 놓인 문제를 직시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자유도 행복도 모두 '용기'의 문제이지 환경이나 능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들러 심리학을 '용기의 심리학'이라고도 부른다.  

 

  * 기시미 이치로(岸見一朗)/ 철학자. 1956년 교토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교토에 살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철학에 뜻을 두었고, 대학교 진학 후에는 은사의 자택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논쟁을 벌였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 만기퇴학(滿期退學)을 했다. 전공은 철학, 그중에서도 서양고대철학, 특히 플라톤 철학(플라톤주의)인데 그와 병행해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아들러 심리학과 고대철학에 관해 왕성하게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펼쳤고, 정신과의원 등에서 수많은 '청년'을 상대로 카운슬링을 했다. 일본아들러심리학회가 인정한 카운슬러이자 고문이다. 역서로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강의(個人心理學講義)』『인간은 왜 신경증에 걸리는 걸까(人はなぜ神?症になるのか)』가 있으며, 저서로는 『아들러 심리학 입문(アドラー心理学入門』외 다수가 있다.

 

  * 고가 후미타케(古賀史健)/ 프리랜서 작가. 1973년생이다. 잡지사에서 활동한 후 현재는 서적 라이팅(이야기를 듣고 집필하는 형식)을 전문으로 하는데, 비즈니스 서적을 비롯해 논픽션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 리듬감과 현장감 넘치는 인터뷰 원고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인터뷰집 『열여섯 살의 교과서(16歳の教科書)』시리즈는 총 70만 부가 넘게 팔렸다. 20대의 끄트머리에 '아들러 심리학'을 접하고 상식을 뒤엎는 사상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몇 년에 걸쳐 기시미 이치로 씨를 찾아가 아들러 심리학의 본질에 대해 문답식으로 배웠고, 그리스철학의 고전, 대화 형식을 취한 『대화편(對話篇)』을 모티브로 삼아 이 책을 집필했다. 단독 저서로는 『스무 살의 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장 강의((20歲の自分に受けさせたい文章講義)』가 있다.

 

  * 전경아(옮긴이)/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요코하마 외국어학원 일본어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출판 에이전시 베네트렌스에서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지속가능형 인간』『지도로 보는 세계민족의 역사』『협상 심리학』『간단 명쾌한 발달심리학』『비기너 심리학』『아이의 두뇌 습관을 바꿔라』『집중의 기술』『성공한 사람들의 99% 습관』『행복한 천재를 만드는 행복한 두뇌』『새콤달콤 심리학』등이 있다.

 

  * 김정운(감수자)/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일과 삶의 조화를 중요시 여기는 '휴테크' 전도사이며, 유쾌한 입담과 재치 있는 표현이 돋보이는 활기 넘치는 지식인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일본 나라현립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지내며 일본 교토사가예술단기대학 미술학부에서 일본화를 배우고 있다. 저서로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남자의 물건』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