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균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7. 9. 22:00

 

 

 

     균열

 

    정숙자

 

                   간을 통해 갖가지 의지를 표출하는 신

                      그는 정작 지상에 태어나지 못하는 인간이다

      

 

  물이 든 유리병을 공중에 심었다

 

  유리병에선 곧 뿌리가 나고 이파리도 나풀거릴 것이다

 

  유리병나무가 된 유리병은 머지않아

  물 먹은 뿌리와 잎새들을 흔들어

  젖음이 뭔지

  따뜻함이 뭣인지

  내 사막의 별들에게 알려줄 것이다

 

  근거 없는 쓸쓸함이 쌓일 때마다

  나는, 내 수호신의 하늘에 유리병을 던진다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방향이 되는

  그 누구도 알 리 없는

  성층권 너머 유리병 하나

 

  유리병 가득히 물 말고도 무엇이 샘솟는지는

  내 수호신과 미확인 입자들과 유리병만이 알고 있지만,

 

  빗방울 소리가 빗방울 소리가 빗방울 소리가

리병나무에서 떨어지는 그 파란 빗방울 소리가주름

진 사막의 심층부까지 콸콸콸콸 콸콸 콸콸

길을 열어 휘파람새, 찌르레기, 버섯류들도 되살려 내고

는 한다.

 

  균열은 신과 인간의 시공간 통로

  간절한 포옹

  비극보다 깊은 밀애

 

  우리는 서로를 대신해 죽음을 견딜 수도 있는 것이다

     -『시담』2016-여름호(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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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