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칭 공간
정숙자
홀수이거나 복수로 작동한다
두 공간이 겹쳐지면
사랑,
잘못 겹쳐질 경우
몇 계절 건너뛴 한파가 낀다
공간과 공간들, 한 칸 한 칸 그 모두가
독특한 색과 소리와 내면을 지닌
유일공간으로서
무한공간의 한 지점에 위치한다
공간과 공간들, 한 칸 한 칸 그 모두가 절대공간이지만
언제라도 어디라도 누구라도 어떤 몽상도 통제받지 않는
추론구역쯤으로 분류해 둘까? 동선이 드러나지 않는 특
징과 간섭파 또한 일지 않는 지대를 일인칭 공간이라 하
면 어떨까?
모서리 많은 이 바다에서 살아 숨 쉬는 일인칭이란 가
장 고독한 공간이며 청정 지역이며 미래로의 입구인 동
시에 정신분열까지도 잠복하는 위험지구라 감싸도 될까?
다수의 공간이 모이는 곳을 일러
우리는 광장이라 부르지
공간과 공간이 소용돌이친 비탈을
역사라고 외우지
인체 공간, 그 저장고에 쌓인
울음! 다 지우지 못한 채 미확인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눈동자… 눈동자… 눈동자…
하 슬픈 미지칭대명사
화분 한 점 들여놓을 수 없는
공간과 공간들
혼재하는 이 바다에서
절망은 낭비다
악물고 쓰러지지 말고, 햇빛 재정비
-『시로여는세상』2016-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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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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