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인칭 공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6. 10. 00:24

 

 

 

    인칭 공간

 

     정숙자

 

 

  홀수이거나 복수로 작동한다

 

  두 공간이 겹쳐지면

  사랑,

  잘못 겹쳐질 경우

  몇 계절 건너뛴 한파가 낀다

 

  공간과 공간들, 한 칸 한 칸 그 모두가

  독특한 색과 소리와 내면을 지닌

  유일공간으로서

  무한공간의 한 지점에 위치한다

 

  공간과 공간들, 한 칸 한 칸 그 모두가 절대공간이지만

언제라도 어디라도 누구라도 어떤 몽상도 통제받지 않는

추론구역쯤으로 분류해 둘까? 동선이 드러나지 않는 특

징과 간섭파 또한 일지 않는 지대를 일인칭 공간이라 하

면 어떨까?

 

  모서리 많은 이 바다에서 살아 숨 쉬는 일인칭이란 가

장 고독한 공간이며 청정 지역이며 미래로의 입구인 동

시에 정신분열까지도 잠복하는 위험지구라 감싸도 될까?

 

  다수의 공간이 모이는 곳을 일러

  우리는 광장이라 부르지

  공간과 공간이 소용돌이친 비탈을

  역사라고 외우지

 

  인체 공간, 그 저장고에 쌓인

  울음! 다 지우지 못한 채 미확인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눈동자 눈동자눈동자

  하 슬픈 미지칭대명사

 

  화분 한 점 들여놓을 수 없는

  공간과 공간들

  혼재하는 이 바다에서

  절망은 낭비다

  악물고 쓰러지지 말고, 햇빛 재정비                                   

      -『시로여는세상』2016-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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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