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무엇을 말하는가
정숙자
눈물은 심장에 맺히는 것이었다
거기 고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동맥을 타고 올라온 모든 눈물은
피눈물이다
몇 밤 몇 낮 노출도 없이
때로는 긴 세월
발톱 끝까지 휘도는 눈물
쿵, 쿵, 쿵… 맥박이 뛸 때마다 붉어지다 검어지다 파래지다
하얘지다 결국 타고 남은 재 속에 사리(舍利)한 알 얹히는 심장
바다는 그 긴 내용을
이렇게
줄이고 싶은 것이었다
끝없음 ~ ~ ~
끝없음 ~ ~ ~
끝없음 ~ ~ ~
바다는 잠자지 않고
더욱이 바다는 꿈꾸지 않고
다만 내디딜 뿐
살 뿐이다
더 이상 깊어지지도 넓어지지도 둥글어질 수도 없지만, 그렇지만 바다는
오늘도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외로이 둥글어진다
중심을 한사코 파 내려가면
거기 아직도 바스러지는 심장이 있다
하여 파도가 곧지 않은가?
끝없는 눈물 숯 또한
무너져도 다시 타도 맑지 않은가?
-『문예바다』2016-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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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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