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바다는 무엇을 말하는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6. 25. 11:27

 

 

     바다는 무엇을 말하는가

 

      정숙자

 

 

  눈물은 심장에 맺히는 것이었다

  거기 고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동맥을 타고 올라온 모든 눈물은

  피눈물이다

 

  몇 밤 몇 낮 노출도 없이

  때로는 긴 세월

  발톱 끝까지 휘도는 눈물

  쿵, 쿵, 쿵 맥박이 뛸 때마다 붉어지다 검어지다 파래지다

하얘지다 결국 타고 남은 재 속에 사리(舍利)한 알 얹히는 심장

  바다는 그 긴 내용을

  이렇게

  줄이고 싶은 것이었다

 

  끝없음 ~ ~ ~

         끝없음 ~ ~ ~

                끝없음 ~ ~ ~

 

  바다는 잠자지 않고

  더욱이 바다는 꿈꾸지 않고

  다만 내디딜 뿐

  살 뿐이다

  더 이상 깊어지지도 넓어지지도 둥글어질 수도 없지만, 그렇지만 바다는

오늘도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외로이 둥글어진다

 

  중심을 한사코 파 내려가면

  거기 아직도 바스러지는 심장이 있다

 

  하여 파도가 곧지 않은가?

  끝없는 눈물 숯 또한

  무너져도 다시 타도 맑지 않은가?   

    -『문예바다』2016-여름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