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나석중
돌이켜보면
나도 하늘에서 온 물방울
돌계단 아래 옹색한 터를 잡고
어느 민들레 꿈적도 않고 사는 걸 보고
나의 위태한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하나의 외로운 물방울이어서
당신에게 떨어져 스미고 싶었네
내가 부엉이처럼 밤을 지새울 때
당신이 내려준 감로(甘露)는
서로 응집하여 눈동자를 키우고
또르르 나뭇잎 끝에 맺히는 이 아침
이윽고 땅에 떨어져 목마른
흙에 스미어 또 한 생명을 일으키네
생명에서 생명으로
항상 마르지 않는 저 바다도 큰 물방울
큰 물방울 보면 보태지고 싶은 내 물방울
당신에게 전적으로 스미고 싶은
나의
초라한 물방울
*《다시올문학》2010-겨울호에서
*나석중/ 전북 김제 출생, 2004년『신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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