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박무웅
나는 줄기차게 세상을 꿈꾸었다
살아서는
서슬 퍼런 칼날처럼
세상을 향해 온몸으로 부딪히고 싶었다
몸이 부러져 녹슨 쇠 조각이 될지라도
죽어서는
묵묵한 인수봉처럼 몸과 정상이 하나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천기를 발설하고 싶었다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바위일지라도
도봉산으로 오르는 길
산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산길들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 만나고 또 헤어진다
돌아보면 올라온 산길이 내 안에 들어와 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마음이 보는
내 안의 길들
남은 일생동안 올라가야 할 산길이 내 안에 들어와 있다
내 안의 나는 언제나 첩첩산중이다
*『다시올문학』2010-겨울호
* 박무웅/ 경기 여주 출생, 2006 ≪시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