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이슬 프로젝트-15

검지 정숙자 2016. 3. 5. 16:56

 

 

    이슬 프로젝트-15

 

    정숙자

 

 

  환상과 환원// 그 혹은 그 창을 만난 건 딱 한 번뿐이었다. 그 혹은 그 창

과의 조우는 아무래도 두 번일 수 없다. 딱 한 번 열린 그 혹은 그 창을 숫자

로 바꿀 경우 '100'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일그러짐 없는, 충만한, 얼룩 제

로의 설원쯤으로.

 

  어떤 선입견도 여운도 없었던 100 이후. 100으로서의 그 혹은 그 창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 혹은 그 창을 (나는) 널리-멀리 꿈꾸었던 것이다.

110, 120, 200, 300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혹은 그 창은 99, 98,

90, 0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혹은 그 창 앞에 다가간 게 아니라, 줄곧 부풀려진 꿈속의 그

혹은 그 창을 열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흙에서의 그 혹은 그 창과의 뭇

재회는 100을 금가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와장창! 파편이 된 '0'은 자연

의 수순일 뿐이었다.

 

 

  *『문학나무』2016-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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