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15
정숙자
환상과 환원// 그 혹은 그 창을 만난 건 딱 한 번뿐이었다. 그 혹은 그 창
과의 조우는 아무래도 두 번일 수 없다. 딱 한 번 열린 그 혹은 그 창을 숫자
로 바꿀 경우 '100'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일그러짐 없는, 충만한, 얼룩 제
로의 설원쯤으로.
어떤 선입견도 여운도 없었던 100 이후. 100으로서의 그 혹은 그 창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 혹은 그 창을 (나는) 널리-멀리 꿈꾸었던 것이다.
110, 120, 200, 300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혹은 그 창은 99, 98,
90, 0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혹은 그 창 앞에 다가간 게 아니라, 줄곧 부풀려진 꿈속의 그
혹은 그 창을 열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흙에서의 그 혹은 그 창과의 뭇
재회는 100을 금가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와장창! 파편이 된 '0'은 자연
의 수순일 뿐이었다.
*『문학나무』2016-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