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슬 프로젝트-10/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10. 23. 01:51

 

 

    이슬 프로젝트 - 10

 

     정숙자

 

 

   거울신경세포// 꿈은 천천히 이룰수록 팝하. 꿈은 어렵게 이룰수록

팝하. 꿈은 드디어 이룰수록 팝하. 꿈은 마침내 이룰수록 팝하. 꿈은 이

루지 못할수록 팝하. 꿈은 끝까지 이루지 못할수록 팝하.

 

   꿈을 향해 걸어가다가 꿈을 향해 뛰어가다가 꿈을 향해 기어가다

꿈을 향해 헤엄쳐가다가 꿈을 향해 날아가다가 꿈을 품은 채

(빨갛게 꽃 맺힌 채) 죽을수록 팝하. 그래야 꿈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 있

어. 그래야 꿈에서 시들지 않을 수 있어. 그래야 꿈은 꿈인 채 현실이

되지 않은 채 때 묻지 않은 어둠 속에서 간절히 타오르는 긴장 속에

공간을 휘는 불꽃과… 그 그림자의 피로써.

 

   꿈은 겨우 이룰수록 팝하. 꿈은 가까스로 이룰수록 팝하. 꿈은 눈물

에 비칠수록 팝하. 꿈은 유예에 갇힐수록 팝하. 꿈은 이루지 못할수록

팝하. 꿈은 끝내 가닿지 못한 바다로 출렁거릴수록 팝하.

 

 

   *『현대시』2015-10월호 <신작특집>에서

   * 정숙자/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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