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꿈 사이사이/ 황희순

검지 정숙자 2015. 10. 23. 01:40

 

 

    꿈 사이사이

 

    황희순

 

 

  자고 일어나면 꼭 깃털이 한두 점 빠져 있다. 한밤중 무슨 짓을 하

는 것이냐. 이 몸은 본디 날짐승, 매일 밤하늘을 배회하는 건 아닐까.

써버린 욕망 깜빡 잊고 더 높이 날아보려 파닥파닥 애쓰는 건 아

닐까. 그들이 떼어간 팔다리머리심장……, 쓸모없는 이것들이 언제

이렇게 자란 거야. 망가지기 전에 뿌리까지 파내고 사람노릇은 그

두자. 보란 듯이 가벼워진 날개로 구름 끝 거울 속으로 훌훌 사라지

자. 왜 사랑이 개같이 변하는 거니. 아니 아니, 변하지 않으면 사람 

아니지. 이제 누구도 원망 말자. 간밤 경찰을 부르라 잠꼬대를 했다

는데 길고양이에게 쫓기기라도 한 것일까. 아이에게 혹시 날개를 들

킨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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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2015-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황희순/ 충북 보은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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