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조정인
어느 날의 호젓한 그는 골목 끝에 있었다
눈물에서 태어나 온몸에 눈물깃털을 입은
그는 흙바닥에 별을 그리고 있었다
아주 잠시의 일이었다
여섯 날개 중 둘은 얼굴을 가리고 둘은 발을 가리고
나머지 둘은 나는 데 쓴다는*
그는 진즉에 휘발되었다
그는 아마도 투명한 얼룩
사물들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아침이라는 얼룩
지상의 모든 지붕 위에 풀밭에 내려앉는
저녁이라는 얼룩, 그 모든 글썽임
골목 초입에 멈춰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눈꺼풀에 어른거리는 얼룩 그는 아직
골목에 있다
그가 진짜 그늘로 마름질된
흑백 체크무늬 손수건을 떨어뜨리고 갔다
시차의 평면도 한 장이 얼굴에 펼쳐졌다
눈물이 났다 오후 4시의 얼룩이
뺨을 타고 흘렀다
우주 속 단 하나의 장면이 나에게서 이루어졌다
-전문-
(* 천사 세라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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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2015-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조정인/ 1998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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