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크툼, 푼크툼
정숙자
끼익— 렌즈에 잡힌 빨간 운동화
갑작스런 스크래치에 지느러미가 긁혔다
더 이상 운동화이기를 거부하고
꽉 끼는 발목 벗어버리고
금붕어로 깨어난다
배경도 몽땅 스크래치 스쳤지, 만
샐비어 두 마리만이 살아 숨 쉰다
소녀야… 소녀야…
경쾌 발랄 순식간에 계단이 접힌다
지하철을 타고 폰(phone)을 열고 책을 읽고
쓰윽— 바다 밑 하늘도 점검
오고가고 밀리고 뒤섞이는 거리에서도
즉 각 즉 각 방향을 트는 감각은
산호 숲 총총 따 담은 촉각
소녀야… 소녀야…
흐르는 건 계단이 골목이 그늘이
바람이 아니라 우리였구나
한 켤레 샐비어야 금빛 붕어야 열대우림…
절대 무림을… 그렇게만 날거라
환상도 앞지르는 소년, 소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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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5-10월호 <신작특집>에서
* 정숙자/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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