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푼크툼, 푼크툼/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10. 23. 01:56

 

 

    푼크툼, 푼크툼

 

     정숙자

 

 

   끼익— 렌즈에 잡힌 빨간 운동화

   갑작스런 스크래치에 지느러미가 긁혔다

 

   더 이상 운동화이기를 거부하고

   꽉 끼는 발목 벗어버리고

   금붕어로 깨어난다

   배경도 몽땅 스크래치 스쳤지, 만

   샐비어 두 마리만이 살아 숨 쉰다

 

   소녀야 소녀야

 

   경쾌 발랄 순식간에 계단이 접힌다

   지하철을 타고 폰(phone)을 열고 책을 읽고

   쓰윽— 바다 밑 하늘도 점검

   오고가고 밀리고 뒤섞이는 거리에서도

   즉 방향을 트는 감각은

   산호 숲 총총 따 담은 촉각

 

   소녀야소녀야

 

   흐르는 건 계단이 골목이 그늘이

   바람이 아니라 우리였구나

   한 켤레 샐비어야 금빛 붕어야 열대우림…

   절대 무림을 그렇게만 날거라

   환상도 앞지르는 소년, 소녀야 

 

 

     --------------------

   *『현대시』2015-10월호 <신작특집>에서

    *  정숙자/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빙(結氷)의 아버지/ 이수익  (0) 2015.10.30
크레바스(crevasse)/ 박수중  (0) 2015.10.30
이슬 프로젝트-10/ 정숙자  (0) 2015.10.23
꿈 사이사이/ 황희순  (0) 2015.10.23
메신저/ 조정인  (0) 201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