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메신저/ 조정인

검지 정숙자 2015. 10. 23. 01:31

 

 

    메신저

 

    조정인

 

 

  어느 날의 호젓한 그는 골목 끝에 있었다

 

  눈물에서 태어나 온몸에 눈물깃털을 입은

  그는 흙바닥에 별을 그리고 있었다

  아주 잠시의 일이었다

 

  여섯 날개 중 둘은 얼굴을 가리고 둘은 발을 가리고

  나머지 둘은 나는 데 쓴다는*

  그는 진즉에 휘발되었다

 

  그는 아마도 투명한 얼룩

  사물들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아침이라는 얼룩

  지상의 모든 지붕 위에 풀밭에 내려앉는

  저녁이라는 얼룩, 그 모든 글썽임

 

  골목 초입에 멈춰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눈꺼풀에 어른거리는 얼룩 그는 아직

  골목에 있다

 

  그가 진짜 그늘로 마름질된

  흑백 체크무늬 손수건을 떨어뜨리고 갔다

 

  시차의 평면도 한 장이 얼굴에 펼쳐졌다

  눈물이 났다 오후 4시의 얼룩이

  뺨을 타고 흘렀다

 

  우주 속 단 하나의 장면이 나에게서 이루어졌다

                                                   -전문-

 

    (* 천사 세라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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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2015-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조정인/ 1998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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