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질서의 구조/ 조용미

검지 정숙자 2015. 7. 25. 17:07

 

 

      질서의 구조

 

       조용미

 

 

  해바라기를 들여다본다 씨들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다 나선형의 매혹은 흡

인력 때문인가 어떤 마음은 파고들고 어떤 마음은 빠져나오고 마는

  앵무조개, 달팽이 껍질, 잠자리 날개, 솔방울, 어떤 나선은 그 애절함 탓에 다른 쪽으로

더 심하게 휘어진다 오늘 종일 바라보았던 꽃잎들의 수와 나의 발걸음이 그렇다

  오른쪽으로 휜 나선과 왼쪽으로 휜 나선의 숫자들 우리의 걸음걸이는 피보나치수열에

속하는 수에 이르게 된다 얽히고 교차하면서도 겹쳐지지 않는 순간들

  질서와 균형을 멀리하는 사람도 간혹 그 자리에 딱 앉혀버리는 배열, 그 편함을 익혀버

리면 혼돈과 무질서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 망각하기 쉽다

  평균율음계에 친근해지면 몸이 둥글어질 것만 같아 파열음을 만들어내며 살아온 날들

을 후회할 수 없다 질서란 늘 무질서보다 더 거대한 법이지만 우주적 질서는 무질서의 다

른 이름

  11월의 잘 익은 얼굴만 한 헤바라기를 들고 씨를 하나 빼먹으려면 질서의 구조에 감탄하

고 나서 다시 등을 돌려야 하는 반짝이는 한 잎의 갈등이 있다

 

   * 『문학의 오늘』 2015-여름호 <시>에서

   *  조용미/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