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쓰나미 쓰나미/ 장정자

검지 정숙자 2010. 12. 6. 23:54

   쓰나미 쓰나미


     장정자

 


  빙산의 일각이란 말

  무심코 보이는 것만 보았다면 난파선이지

  맹그로브나무를 다만 시야를 흐리는 이파리로 보아 베어버렸다면

  물밑 그 빽빽한 뿌리의 숲을 보지 못한 것

  환한 바다가 여과 없이 눈을 황홀하게 할 그 때

  스멀스멀 바다 밑 뿌리 쪽이 허물어지고 있을 때, 그 위에

  호텔이 서고 펜션을 짓고 누상의 환락을 꿈꿀 때

  누군가 빙산의 드러난 목이 몸통이 아니라고

  소의 매캐한 입김만이 아니라고

  사람의 귀가 쇠귀에 경 읽기로 속수무책일 때

  맹그로브나무는 맹그로브나무대로 없는 뿌리가 이파리가 아팠다

  사람과 사람이 맨몸으로 막아야 할 쓰나미.


  수천 년 묵은 맹그로브나무가 맹그로브가계로 버텨온 뿌리

  한순간, 전기톱에 무장해제당한 기록 안 된 기록이 있다



  *계간『시작』- 2010 겨울호에서

  *장정자/ 경남 마산 출생, 2001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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