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황희순
은밀한 곳에 연못 하나 만들어 쏘가리, 메기, 붕어, 안국사 처마 끝 청동물고기, 부석사 목어까지 잡아다 풀어놓는 거야. 한 1년 공들이면 손맛 당기지 않을까? 고놈들 통통하게 살 오르면 내 옆구리 살점 미끼로 한 마리씩 낚는 거야. 낚은 건 절대 놓아주지 않아. 미끼에 걸려든 족속은 결국 미끼에 걸려 죽고 말지. 사랑이라는 미끼에 걸려 나도 지옥을 반 바퀴쯤 돈 적 있어. 알아, 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 청동물고기와 목어가 눈 맞아 연못 가득 새끼를 친다면 더 환상적이겠지? 천방지축 날뛰다 간신히 돋은 날개 부러질라. 바르게 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야. 기회는 언제나 사악하고 비겁한 자에게 더 자주, 더 확실하게 찾아온대*. 은밀한 곳에서 찰랑대는 수면, 싱싱한 물고기들, 솟구치는 찌, 생각만 해도 정말 신나지 않아? 절호의 찬스가 올지 모르잖아. 짜릿한 느낌은 짧을수록 좋은 거야.
*계간『리토피아』2010-겨울호에서
*황희순/ 충북 보은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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