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검지 정숙자 2010. 11. 22. 01:21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본 적이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발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미네르바』2010-겨울호에서

  * 최금녀/ 함남 영흥 출생, 2000년『문예운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나미 쓰나미/ 장정자  (0) 2010.12.06
별 닦는 나무/ 공광규  (0) 2010.11.23
옛집/ 장석주  (0) 2010.11.20
떠도는 구두/ 강서완  (0) 2010.11.18
저 곳 참치/ 최호일  (0) 201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