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본 적이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발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미네르바』2010-겨울호에서
* 최금녀/ 함남 영흥 출생, 2000년『문예운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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