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옛집/ 장석주

검지 정숙자 2010. 11. 20. 00:31

    옛집


     장석주



  참외모종보다 더 어여쁜 것들아,

  청산 아래 나와

  푸른 귀 열고 앉은 내 새끼들아!


  돌 속 캄캄한 데를

  한없이 걸어 들어가면

  거기 내 피붙이들,

  바로 너희들이구나!


  당신 쇄골 위

  오목한 자리에 고인 그늘을 본다.

  슬픔은 나약하지 않다.

  저녁밥상 물린 뒤 나는 아령을 하고

  당신은 체로 가난을 거른다.


  올해도 농협 빚은 조금 줄고

  문기둥에 그은 키높이 눈금은 조금 자란다.

  오, 가오리처럼 웃는 새끼들 때문에

  내외 사랑도 두터워지리.

  혹여 김칫국물 밴 당신의 다홍 치맛자락엔

  모란 작약도 피어나리.

 


  *『시산맥』2010-겨울호 <신작시>에서

  * 장석주/ 충남 논산 출생, 1979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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