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장석주
참외모종보다 더 어여쁜 것들아,
청산 아래 나와
푸른 귀 열고 앉은 내 새끼들아!
돌 속 캄캄한 데를
한없이 걸어 들어가면
거기 내 피붙이들,
바로 너희들이구나!
당신 쇄골 위
오목한 자리에 고인 그늘을 본다.
슬픔은 나약하지 않다.
저녁밥상 물린 뒤 나는 아령을 하고
당신은 체로 가난을 거른다.
올해도 농협 빚은 조금 줄고
문기둥에 그은 키높이 눈금은 조금 자란다.
오, 가오리처럼 웃는 새끼들 때문에
내외 사랑도 두터워지리.
혹여 김칫국물 밴 당신의 다홍 치맛자락엔
모란 작약도 피어나리.
*『시산맥』2010-겨울호 <신작시>에서
* 장석주/ 충남 논산 출생, 1979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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