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강
박무웅
어릴 적 마을 앞을 흐르던 강은
아주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숨기 좋아하는 것이 물고기들이라
그 어두운 물속으로 모두 숨고
흐린 날이면 비릿한 냄새만
마을로 살랑살랑 헤엄쳐 들어왔습니다.
강은 어찌나 깜깜한지
육촌형님이 숨은 것도 찾지 못했고
장마에 쓸려 간 암소 한 마리도 찾지 못했습니다.
별빛 총총 알을 까고 있는
밤하늘 치어들이 화르르 날리는
봄밤의 꽃잎들을 주워 먹곤 했습니다.
그 옛날에는 우리 마을에는
물소리 들리는 푸른 밤하늘이 있었답니다.
사람이 죽으면 물속 깊은 곳에 있던 커다란 바위는
명왕성같이 사람의 목숨을 숨겨놓곤 했답니다.
큰 비라도 내릴라치면
여울목은 한 마리 물고기처럼
강의 하구까지 헤엄쳐 갔습니다.
밤하늘이 아버지의 강이라면
강은 어머니의 밤하늘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있던
그 반짝거리는 한 동이
별들을 잊지 못합니다.
나는 강 깊은 곳에서 천년을 살고 있다는
어머니의 수호신이었던
한 마리 큰 바위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또 가장 높은 하늘에 떠 있다는
아버지의 구름을 여전히 찾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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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유심』2015-1월호 <유심시단>에서
* 박무웅/ 1995년 『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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