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유년의 강/ 박무웅

검지 정숙자 2015. 2. 3. 00:01

 

 

     유년의 강

 

     박무웅

 

 

  어릴 적 마을 앞을 흐르던 강은

  아주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숨기 좋아하는 것이 물고기들이라

  그 어두운 물속으로 모두 숨고

  흐린 날이면 비릿한 냄새만

  마을로 살랑살랑 헤엄쳐 들어왔습니다.

  강은 어찌나 깜깜한지

  육촌형님이 숨은 것도 찾지 못했고

  장마에 쓸려 간 암소 한 마리도 찾지 못했습니다.

  별빛 총총 알을 까고 있는

  밤하늘 치어들이 화르르 날리는

  봄밤의 꽃잎들을 주워 먹곤 했습니다.

 

  그 옛날에는 우리 마을에는

  물소리 들리는 푸른 밤하늘이 있었답니다.

  사람이 죽으면 물속 깊은 곳에 있던 커다란 바위는

  명왕성같이 사람의 목숨을 숨겨놓곤 했답니다.

  큰 비라도 내릴라치면

  여울목은 한 마리 물고기처럼

  강의 하구까지 헤엄쳐 갔습니다.

 

  밤하늘이 아버지의 강이라면

  강은 어머니의 밤하늘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있던

  그 반짝거리는 한 동이

  별들을 잊지 못합니다.

 

  나는 강 깊은 곳에서 천년을 살고 있다는

  어머니의 수호신이었던

  한 마리 큰 바위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또 가장 높은 하늘에 떠 있다는

  아버지의 구름을 여전히 찾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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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유심』2015-1월호 <유심시단>에서

  * 박무웅/ 1995년 『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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